ㆍ‘제자백가의 귀환’1·2권 낸 강신주

철학자 강신주(44·사진)는 몸이 달아 있었다. 지난 8일 서울 광화문 집필실에서 만나 “왜 이리 많이 쓰냐”고 묻자 “(등산인으로 비유하자면) 지금은 산을 오래 타 몸이 날아가는 때”라고 대답했다. “연애편지(신간)를 기다리는 독자를 생각하면 속도를 늦출 수 없다”고도 했다. 그는 최근 <철학 대 철학> <철학이 필요한 시간> <철학적 시읽기의 괴로움> 등 인문서 여러권을 쏟아냈다. 며칠 전에는 <김수영론>을 탈고했다. <정치철학특강>(가제) 원고도 정리 중이라고 한다.

저술, 강연에 식사마저 거를 때가 있다는 강신주가 이번에는 <철학의 시대>와 <관중과 공자> 2권을 한꺼번에 출간했다. 12권으로 계획 중인 ‘제자백가의 귀환’ 시리즈(사계절)의 제1, 2권이다. 서울대와 연세대에서 각각 ‘염철론’과 ‘장자’ 연구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의 출발은 동양철학이었다. 글쓰기에서 본래 전공으로 돌아간 셈이다.

 

출처 : 경향DB


“제자백가가 활약했던 춘추전국시대는 혼란의 시대였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400년 넘게 전장에서 태어나 전장에서 죽어갔습니다. 제자백가는 그 혼란의 시대에 사유하고 꿈을 꾼 사상가들이었지요. 인간의 생존과 행복이 무참하게 파괴된 삶의 밑바닥에는 사유할 수 있는 모든 사상이 다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그 속에서 인간 삶과 공동체에 대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지요.”

강신주는 ‘혼란의 시대 밑바닥’에서 사상의 날것을 건져내기 위해 ‘제자백가’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전해지는 제자백가의 사상은 2500년 전의 ‘날것’이 아니라 뒷날 가공되고 덧칠된 것들”이라며 왜곡된 대표적 사상가로 공자를 꼽았다.

강신주는 “공자의 인(仁)은 보편적인 사상이 아니라 지배층, 즉 귀족 내부의 사랑”이라고 해석했다. 공자를 춘추전국시대 최고의 사상가로 보는 통념에 반대하면서 정치가로서 실패하자 철학자로 변신한 ‘비겁한 사상가’로 기술했다. 대신 그는 관중을 가장 성공적인 정치철학자로 꼽았다. “상인과 군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피지배계급인 민중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국가의 역량을 조직해간 관중이야말로 당시 제자백가들의 롤모델이었다”는 것이다. 제2권 제목에서 관중을 공자 앞에 둔 것은 이 때문이다.

‘제자백가의 귀환’은 2000년 이상 동양철학사에서 묻혀 있거나 저평가돼온 사상가를 발굴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그는 “양주, 송견과 같은 아나키스트들은 진, 한과 같은 제국의 지성계가 애써 그들의 자취를 덮으면서 축소·왜곡됐다”며 “양주, 송견뿐 아니라 허행, 손자, 오자 등을 사상가의 반열에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신주가 제자백가를 ‘귀환’시키는 방법은 당시의 사상가들을 추상화된 학파가 아닌 ‘고유명사’로 불러내는 식이다. 이 시리즈에서 유가, 법가 등의 학파는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공자, 맹자, 순자와 상앙, 한비자를 얘기한다. 그는 나아가 노자와 장자는 노장으로 병칭(倂稱)될 수 없는 이질적인 사상가였음을 문헌사료로 풀어내고 있다. 독자의 눈높이에 맞춘 대중적 글쓰기, 동서양 철학을 종횡으로 질주하는 가로지르기식 글쓰기는 이번에도 여전히 진가를 발휘한다. 강신주는 “집필 구상 등 준비만 7년 걸렸고, 3년 내에 완간하는 게 목표”라며 “(내가 보여주는) 제자백가의 삶과 사상을 있는 그대로 읽어달라”고 말했다.

Posted by 조운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