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부가 세상에 태어났으니 뜻은 마땅히 기걸차야 할지어다 丈夫處世兮蓄志當奇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지만 영웅이 시대를 만들기도 한다 時造英雄兮英雄造時

북풍이 점차 차가워 오는데 도리어 나의 피는 뜨거워진다 北風其冷兮我血則熱

비분강개해 일어났으니 마땅히 쥐새끼 같은 도적은 잡아야지 慷慨一去兮必屠鼠賊

모든 우리 동포들이여 내가 세운 공업을 잊지 말지어다 凡我同胞兮毋忘工業

만세만세여 대한독립이로다 萬歲萬歲兮大韓獨立

-안중근(1879~1910)의 ‘하얼빈의 노래’(哈爾濱歌, 김택영의 ‘소호당집’에서)

출처: 경향DB



1909년 10월 이토 히로부미는 영국, 러시아의 대신들과 하얼빈에서 회담을 예정하고 있었다. 소식을 탐지한 조선의 청년 안중근은 우덕순, 유동하, 조도선 등과 함께 하얼빈에 도착했다. 거사를 이틀 앞둔 10월24일 하얼빈 교민의 집에 숙소를 정한 안중근은 희미한 등불 아래 자신이 할 일을 떠올렸다. 그리고 비분강개한 나머지 한시 한 수를 읊었다.

‘하얼빈의 노래’는 2200년 전 자객 형가가 진시황을 암살하러 떠나면서 불렀다는 ‘역수가’를 떠올리게 한다. ‘바람은 쓸쓸히 불고 역수는 차가워라/장사 한 번 떠나면 다시 돌아오지 못하노라’(風嘯嘯兮易水寒 壯士一去兮不復還). ‘역수가’에는 슬픔이 배어 있다. 반면 ‘하얼빈의 노래’는 기개가 있고 힘차다. 조국의 독립과 동양의 평화를 위해 자발적으로 나선 안중근의 승리를 확신하는 노래. 그것은 연나라 태자의 비밀지령을 받고 거사에 나선 형가의 슬픈 노래와는 달랐다. 그리고 둘의 차이는 거사에서도 확인된다. 형가는 암살에 실패했지만, 안중근은 하얼빈역에서 이토를 저격, 사살했다. 모레(26일)가 바로 하얼빈 의거 98주년이 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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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조운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