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를 시작한 제도가 임금에 의해 세습되든지 대통령에 의해 전해지든지 간에, 가장 커다란 문제는 국민들의 마음이 합하여 한몸을 이루고 그 권세로 사람된 도리를 보전하는 데 있다. 그러므로 정부의 중대한 사업과 심원한 직책은 국민을 위해 태평스러운 행복의 기틀을 도모하고 보전하는 데 있다.

국정의 방향을 지시하고 시행할 차례를 결정하는 권한은 임금과 대신들에게 있지만, 그들을 보필하고 국정에 참여하는 손이 미치지 못할 때에는 시행하기 어려운 일이 많다. 그러므로 국민들이 그러한 권리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위에 있는 자들이 국민 전체의 마음을 한몸으로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인간 관계의 여러 가지 일들을 살펴서 시기에 알맞은 규범을 마련하든지,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 만약 정부의 조처만으로 되지 않는다면 강한 자를 이롭게 하고 약한 자를 해칠 우려가 없지 않을뿐더러, 그 실효를 거두지 못하도록 시일을 질질 끌어 길가에 집을 짓는 비웃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구당 유길준(1856~1914)의 ‘서유견문’(西遊見聞, 허경진 옮김)에서
 

설을 앞두고 전통시장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 l 출처 :경향DB


정체(政體)를 얘기할 때 우리는 대통령제를 떠올린다. 정부 수립 이후 줄곧 대통령제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임시’이긴 하지만 앞서의 상해정부 역시 대통령제를 채택했다. 그러나 군주제 하에 있었던 100여년 전만 해도 대통령제는 매우 생소한 정부 형태였다. 미국의 대통령제를 목도한, 당시로서는 가장 개명한 지식인이었던 유길준조차 국민공화제보다 군민공치(君民共治), 즉 입헌군주제를 가장 훌륭한 정부라고 여긴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정부 형태가 어떻든 정치의 요체는 어떻게 백성을 행복하게 하느냐이다. 유길준 역시 정부의 역할을 “국민을 위해 태평스러운 행복의 기틀을 도모하는 데 있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행복을 성취하는 자는 바로 국민이다. 2주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 국민 각자가 행복을 만들어갈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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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조운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