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옛 글의 숨결 2007.12.11 15:39
“아아, 술이여! 사람에게 혹독하게 화를 끼치니/ 장을 썩게 하여 병이 나게 하고/ 본성을 어지럽혀 덕을 잃게 하는구나/ 개인에게는 몸을 상하게 하고/ 국가적으로는 나라마저 전복시킨다/ 내가 그 독을 맛보았는데/ 그대도 이 함정에 빠지는구나/‘억편(抑篇)’에 경계가 있으니/ 어찌 함께 힘쓰지 않으랴/ 굳센 마음으로 술을 끊으면/ 스스로 많은 복을 얻으리라.” -퇴계 이황(1501~1570)의 ‘주계(酒戒)’

출처: 경향DB



3000년 전 술을 경계하라고 가르친 ‘서경’의 ‘주고(酒誥)’에 따르면, 술은 하늘과 인간을 연결시켜 주는 성스러운 음식이다. 당시 나라에서 술을 만든 것은 제사에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술의 용도는 덕을 기르기 위함이었고, 당연히 취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았다. 특히 여럿이 함께 마시는 ‘군음(群飮)’은 특별히 금기시되었다. 떼를 지어 술을 마시고 흥청거리게 되면 사회가 급격히 타락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시경’의 ‘억편’에도 술에 빠져 즐거워하는 것을 경계하라는 구절이 들어 있다.

그러나 술을 좋아하는 사람치고 술의 유혹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흔치 않다. 또 인간사의 애환을 함께하는 데 술만한 음식이 없다. 오죽했으면 공자조차 “술은 양껏 마시되 주정을 부리지는 말라(唯酒無量 不及亂)”고 충고했을까. 젊은 시절 술을 마시고 말을 탔다 낙마한 적이 있는 퇴계가 제자에게 주었다는 이 글은 근 5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절실하게 와닿는다. 송년회 등 ‘군음’이 잦은 연말연시의 직장인들은 특히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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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조운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