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과 같은 살림도구를 살 때는 재질이 거친지, 튼실하게 만들어졌는지만 보면 된다. 소, 말, 닭, 개와 같은 가축을 고를 때에는 잘 자란 놈 가운데 체형이 바른지, 성질이 온순한지만 확인하면 된다. 그러나 비록 그런 조건에 맞는 살림도구나 가축이 있다 하더라도 값이 맞지 않으면 살 수 없고, 발 빠른 사람이 먼저 가로채면 취할 수 없다.

사람을 뽑는 데에 이르러서도 그 사람됨은 타고난 품성과 귀천이 다를 뿐 아니라 학식의 많고 적음, 행동의 선악에 따라 다르다. 게다가 도(道)를 따르느냐 어기느냐에 따라 인성도 바뀌어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것을 잣대로 삼아 사람들을 서로 비교하여 뽑으면 된다. 기준에 들지 못하는 자는 제쳐놓고 취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들 중에서 다시 경중과 장단을 재어보면, 빼어난 인재는 모두 뽑히게 된다. 선거에서 재목이 될 만한 후보를 뽑기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혜강 최한기(1803~1875)의 ‘선택의 기준’(所擇有準, ‘인정’에서)

출처: 경향DB



삶은 선택이다. 출근 때 입을 옷을 고르고 지하철이든, 버스든 탈것을 선택해야 한다. 점심 때 음식점을 찾아가는 일도, 퇴근시 누군가를 만나는 일도 선택이다. 시장에서 콩나물을 살 때에도, 그릇과 같은 살림도구를 장만할 때에도 선택 행위가 끼어든다.

선거도 선택이다. 사람을 상대로 한 고차원의 선택이다. 물건을 잘못 골랐으면 버리면 그만이지만, 잘못된 사람을 뽑으면 그 해악은 감당하기 어렵다. 사람은 관계의 산물이고, 선거는 가장 초보적인,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정치행위이기 때문이다. 최한기는 선거의 중요성을 이렇게 말한다. “나라의 크고 작은 모든 일들이 어진 지도자를 선택할 경우에는 이루어지고, 어리석은 이를 쓰면 어그러진다. 선거야말로 정치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大小諸邦 鉅細事功 莫不由選賢而成用愚而敗 惟選擧爲爲政之先務).” 오늘, 투표장으로 나서기에 앞서 되새겨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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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조운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