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발표 이틀째인 20일 오후 4시 중국 랴오닝성 단둥(丹東)시 세관판공실의 무역상품 검색대 컨베이어벨트는 멈춰 있었다. 일감을 놓은 직원들은 호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채 추위에 떨고 있었다. 평소 물건을 실은 트럭들로 분주하던 세관 앞마당은 휑뎅그렁했다. 세관 직원은 “지난 1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거 소식이 전해진 이후 세관의 무역 업무가 사실상 중단됐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북한과 중국의 교역이 일시 얼어붙고 있다. 북한이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오는 29일까지를 애도기간으로 정하면서 단둥의 중국인 무역상, 북한 상인 등 양국 무역종사자들이 모두 손을 놓았기 때문이다.

단둥은 북한의 대중국 교역의 80%를 차지하는 무역도시다. 그러나 지난 19일 이후 신의주와 단둥을 오가는 화물트럭은 찾아보기 어렵다.
반면 중국 내 북한인들의 조문 귀국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20일 오전 9시 단둥에서 출발한 베이징~평양 국제열차는 귀국하는 북한 사람들로 초만원을 이뤘다. 단둥 세관에도 이날 오전 8시쯤부터 귀국하는 북한 관료나 무역상들이 몰렸다. 이들은 30분 뒤 세관이 업무를 개시하자 승합차 등을 이용해 압록강 철교를 건넜다.

 

20일 북한 주민들이 중국과 접경해 있는 신의주의 압록강 강둑에 삼삼오오 모여 있다. | AP


북한은 김 위원장 사망 이후 해외 북한인들에 대해 ‘귀국령’을 발동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대북 무역업을 하는 한 중국인은 “귀국령이 떨어진 것은 맞다”면서 “그러나 단둥 내 모든 북한인은 아니고 관료나 기업인들에게 해당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애도기간에 단둥에 거주하는 북한인 2000여명 중 절반가량이 조문차 북한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장례 조문을 위해 입국하려는 북한 사람들이 늘면서 귀국용 선물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20일 단둥에서 최고급 북한음식점인 류경식당 앞 길가에는 북한으로 실려 들어갈 전기밥솥 등 가전제품들이 쌓여 있었다.

북한 영사관은 선양영사관 단둥지부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압록강 철교 인근 자디(佳地)광장 빌딩 21층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조문객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랴오닝성 둥강(東港)시에 거주하는 북한인 20여명이 승합차를 대절해 분향소를 찾았다. 조문객 중에는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분향소에서 만난 북한 영사관 직원은 “19, 20일 이틀간 1만여명이 분향소를 찾았다. 조문객 가운데는 조선 사람보다 중국인이 더 많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 추모 열기가 확산되면서 단둥 시내 꽃집들이 때아닌 대목을 맞고 있다. 특히 북한으로 귀국하는 사람들이 조화로 사용할 국화를 대거 사들이고 있다. 20일 단둥 세관 입구에는 조문용 국화를 팔려는 상인들이 좌우로 늘어서 있었다. 단둥의 한 시민은 “평소 한 송이에 2~3위안(360~540원) 하던 국화값이 지금은 10위안(1800원) 이상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면서 단둥의 북한 식당들은 휴업에 들어갔다. 압록강변에 나란히 위치한 금강산식당, 평양 옥류관, 삼천리식당, 송도원 식당은 모두 불이 꺼진 채 커튼이 쳐져 있었다.

북한과 중국의 관광사업도 이날부터 중단됐다. 신의주 관광상품을 판매해온 단둥의 여행사들은 “북한 사정에 따라 당분간 북한 관광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매일 오전 단둥에서 신의주로 출발하던 관광열차의 운행도 중단됐다.

압록강 너머로 보이는 신의주 일대에는 인적이 보이지 않았다. 압록강변의 한 식당 주인은 “겨울철에도 강 너머로 오가는 행인들이 보였는데 어제부터 자취를 감췄다”며 “마을 관리소 등에 모여 추모 모임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 추모로 분주한 북한인을 빼면 단둥은 평온한 일상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중 국경지역의 경비를 강화했다는 북한 쪽과는 대조적이다. 베이징에서 출장온 중국화뎬그룹(中國華電集團)의 엔지니어 장전위(蔣振宇·30)는 “단둥에 발전소 건설 업무로 한 달간 머물 예정”이라면서 “김 위원장의 사망이 북·중관계에 큰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둥 시내에서 만난 중국인은 “세관의 업무가 줄고 북한 식당들이 영업을 중단하는 등 몇 가지를 빼고는 단둥의 일상이 달라진 것은 없다”며 “다만 북한과 중국의 교역 차질이 장기화될까 우려될 뿐”이라고 말했다.
 

Posted by 조운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