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예우’라는 말이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학자들은 한국 사회가 정치적으로 민주화된 1980년대 후반부터 본격 유행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의 인터넷 백과사전 ‘바이두바이커(百度百科)’는 전관예우를 “한국 법조계의 잘못된 관행”이라는 뜻의 한국 신조어로 소개하고 있다.

경향신문은 1993년 3월10일 ‘법조계의 전관예우 폐해 심각’이라는 기사를 통해 법조계에 확산되고 있는 전관예우 문제를 본격 제기했다. 신문은 “판·검사로 재직하다가 개업하는 변호사에 대해 1~2년 동안 법원과 검찰이 우대해 주고 있는 이른바 ‘전관예우’ 관행의 폐해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며 전관예우가 법조계의 고질적 비리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그 사례로 그 해 접수된 법원 사건 750여건 가운데 20%에 해당하는 150여건이 개업 2년 미만의 변호사 18명에게 맡겨졌으며 이들 변호사의 승소사건이 80%를 넘는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이것은 약과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전관예우는 고질적인 사회문제가 되었다. 통계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0년 7월 사이에 퇴직한 대법관 13명과 고등법원장 20명 가운데 각각 8명(61.5%)과 12명(60%)이 20대 대형로펌에 취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유명 법관이 로펌에 들어가는 비율(35.3%)보다 훨씬 높다. 검찰도 마찬가지여서 같은 시기 퇴직한 지·고검장 출신 42명 가운데 19명이 로펌에 취직해 일반 검사 로펌행의 2배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대형로펌으로 간 판·검사들이 앞서 일했던 지역의 사건을 수임받아 전관예우 대접을 받는다는 데 있다. 직속 후배 법관이나 검사가 선배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을 소신껏 처리할 수 없는 정서를 이용한 것이다. 이로 인해 10대, 20대 로펌행을 택한 고위 법관이나 검사들은 퇴직 후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돈을 거머쥘 수 있었다. 이러한 부조리가 만연하자 정부는 2011년 판사나 검사로 재직했던 변호사가 마지막으로 근무한 지역의 사건을 1년간 수임할 수 없도록 하는 ‘전관예우 금지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전관예우 금지법은 연고지 사건 수임 금지를 1년 이내로 규정하고 있어 이 기간만 연고지를 피하면 얼마든지 ‘전관예우’를 받을 수 있다. 안대희 전 대법관이 퇴직 후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5개월 동안에 16억원을 벌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법률의 허점 때문이다. 안 전 대법관이 국무총리 후보에서 낙마하면서 ‘전관예우’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이참에 대법관, 헌법재판관, 검찰총장 등 고위 법조계 인사는 퇴직 후 변호사 개업을 금지하는 방안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조운찬 문화에디터 sidol@kyunghyang.com

Posted by 조운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