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1968년 12월5일자 1면은 ‘국민교육헌장 선포’ 기사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오른쪽 경향신문 제호 옆은 그날 오전 서울시민회관에서 열린 헌장 선포식 사진이 큼지막하게 들어찼다. 그 아래는 초·중·고·대학, 시·도 교육청 등 전국에서 열린 헌장 선포식 행사와 대통령 담화 내용, 그리고 국민교육헌장 전문, 박정희 대통령 선포 사진 등 4개의 기사로 채워졌다. 선포식에서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오늘부터 우리는 국민 모두가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자각하고 새로운 역사를 창조해 나가는 주인으로서 이 교육헌장을 생활화하자”고 말했다.

국민교육헌장 선포 기사들만으로 1면 지면의 절반 이상을 채운 것은 그만큼 중요한 뉴스로 판단했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 선포식에는 대통령·대법원장·국회의장 등 3부 요인과 국무위원 전원이 참석하고 학생·시민 등 3000여명이 동원됐다. 전문 393자의 헌장을 기초하고 심의하는 데만 철학자 박종홍, 사학자 안호상 등 내로라하는 학자 74명이 5개월 동안 참여했다.

 

헌장의 위력은 선포 이후에 더욱 두드러졌다. 이듬해부터 국민교육헌장 전문은 초·중·고의 모든 교과서 첫머리에 실렸고, 초등학생들은 헌장 암송을 강요받았다. 1960~1970년대에 초등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누구나 국민교육헌장을 외느라 고생했던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또 선포일은 법정기념일로 제정돼 해마다 기념행사가 치러졌다.

국민교육헌장은 사회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빛이 바랬다. 정부가 국가주의의 가치를 담은 헌장을 통해 국민교육과 정신을 획일화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갔다. 군국주의·국수주의가 물씬한 일본의 ‘교육칙어’와 유사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마침내 1994년부터는 기념행사가 폐지됐다. 교과서에서도 사라졌다. 2003년에는 법정기념일에서도 빠졌다.

사문화된 헌장을 끄집어내는 것은 어제(5일)가 국민교육헌장 선포일이어서만은 아니다. 지난 7월 박근혜 대통령 직속기구로 문화융성위원회가 설립됐다. 그 산하에는 인문정신문화 특별위원회를 두었다. 국가가 나서 문화를 융성시키고 인문정신을 고양하겠다는데, 기꺼움보다 씁쓸함이 먼저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인문정신문화 특별위원회를 듣는 순간 국민교육헌장이 떠오른 것은 무슨 이유일까.

Posted by 조운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