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네이버가 초기화면에 기사 제목 대신 언론사 이름을 노출시키는 이른바 ‘뉴스스탠드’로 뉴스 편집 방식을 바꾸었을 때, 나는 곧바로 프레시안을 ‘my 언론사’로 설정했다. 이와 별도로 프레시안을 나의 인터넷 즐겨찾기 목록의 상단에 고정시켜 놓은 것은 꽤 오래전의 일이다. 이를 내가 프레시안을 애독하고 있다는 증거로 내세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프레시안 유료독자인 ‘프레시앙’은 아니지만, 프레시안 팬이라 할 수 있다. 지난 10여년간 어떤 매체 못지않게 프레시안을 즐겨 봐왔고, 지금도 그렇다. ‘관점 있는 뉴스’를 표방하는 프레시안은 다른 인터넷 매체에서는 볼 수 없는 깊이가 있다. 광고가 적은, 기사 중심의 편집은 깔끔하다. 주말에 전문가들이 쓰는 서평코너의 진지함은 일간지 출판면을 능가한다. 비록 참여하지는 못해도 ‘인문학습원’이나 ‘글쓰기학교’와 같은 강좌의 안내를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베이징특파원 시절 ‘중국탐구’나 ‘정세현의 정세토크’와 같은 프레시안 기획물을 읽으며 중국과 한반도에 대해 공부했던 기억이 새롭다.


오랫동안 프레시안을 읽었지만, 언론사 프레시안 내부 사정에는 어두웠다. 지난 6일 프레시안이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 전환한다는 결의문을 접하고서 프레시안 기자들의 고충이 느껴졌다. 결의문에도 보이지만, 프레시안은 광고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재벌 광고는 일절 받지 않았으며, 인터넷 매체들이 광고 매출과 직결되는 페이지뷰를 늘리기 위해 사용하는 ‘낚시 제목’도 자제했다. 시장과 자본의 논리를 거부해온 프레시안이 맞닥뜨린 것은 생존의 어려움이었다. 프레시안 사정에 밝은 한 지인은 “프레시안과 유사한 한 진보 매체는 한 해 삼성 광고만 20억원을 받고 있다”며 “프레시안이 재벌 광고를 거부하고 자본으로부터 독립하려는 모습을 보인 점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레시안이 협동조합으로 전환하기까지 내부 기자와 필자들 사이에서 적잖은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프레시안은 끝내 자본가 영입과 같은 손쉬운 방안에 타협하지 않았다.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는 기업과의 합작도 유력하게 논의됐지만, 독립성과 정체성의 훼손을 우려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언론의 ‘품위 있는 생존’을 모색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협동조합을 택했다고 밝혔다.


협동조합 언론매체는 영국의 좌파 월간지 ‘뉴 인터내셔널리스트’ 정도로, 사례를 찾기가 힘들다. 더구나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프레시안과 같은 경우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다. ‘가지 않은 길을 가야 하는’ 고독한 실험이 아닐 수 없다.


(경향DB)


협동조합은 기업이 될 수는 있으나 일반 기업과는 여러 모로 다르다. 협동조합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과 달리 인간적인 가치를 중시한다. 경쟁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과 달리 협동에서 운영의 원리를 찾는다. 기업에서는 자본이 노동을 고용하는 형태이지만 협동조합은 노동이 자본을 고용한다. 흔히 협동조합의 원칙으로 가입의 자유, 민주적 운영, 조합원의 경제적 참여,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운영, 교육, 협동조합 간의 협동, 지역사회 공헌 등을 든다. 


프레시안은 출범 때부터 자본과 거리를 둔 관계로 ‘사회적 경제’를 실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다. 또 생명, 평화, 평등의 가치 등 진보적인 노선을 견지하며 연대, 신뢰, 협동이라는 협동조합의 원칙에도 어느 정도 부합해 왔다. 프레시안이 생존을 위해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 전환했지만,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관건은 프레시안이 추구해온 가치에 공유하며 새로운 언론매체를 만들어 갈 조합원들을 확보하는 일이다. 다행인 것은 지난해 12월1일 ‘5인 이상이면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되면서 우리 사회에도 협동조합 설립 운동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6개월간 설립된 협동조합은 500여건에 달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프레시안이 협동조합 체제로 자리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프레시안에도 조합원 참여가 이어지면서 협동조합으로 선언한 지 열흘 만인 지난 16일 현재 2500여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했다고 한다. 프레시안 조합원의 목표는 1만명이다. 이 정도면 자본으로부터 독립되어 ‘지속가능한 경영’이 이뤄질 것이라고 한다. 출자금 3만원, 월 조합비 1만원이면 누구나 프레시안 협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다.


인터넷신문 프레시안 대표 박인규 (경향DB)


협동조합 프레시안의 조합원이 된다는 것은 ‘1인 1표’의 권리를 가지며 회사 운영에 참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를 배우며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의 사회에서 연대와 협력이라는 인간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정태인 원장은 프레시안 칼럼 기고에서 “한 달에 담배 몇 갑, 술 한잔, 립스틱 하나 줄이면 성공한 언론 모델을 만들 수 있다”며 프레시안 조합원이 될 것을 권유했다. 난 “콜”이다.

Posted by 조운찬